거래처가 “대금은 법원에 공탁했습니다”라는 통지서를 보내 왔나요. 반가운 일 같지만, 여기서 잘못 움직이면 나머지 금액을 영영 못 받습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법원에 돈을 맡기고 채무를 면하는 제도예요(민법 제487조). 그런데 금액이 모자란 채로 공탁한 경우가 실무에서 훨씬 많습니다.

⚖️ 변제공탁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채무자가 채권자 대신 법원 공탁소에 돈을 맡기고 그 채무를 면하는 제도입니다. 채권자가 돈을 안 받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채무자가 지연이자를 끊어 내는 장치예요.
민법 제487조는 사유를 두 갈래로 적어 두었습니다. 앞 문장이 수령 거절과 수령 불능, 뒤 문장이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 사유는 채권자불확지 공탁이라고 부릅니다. 채권이 여러 사람에게 양도됐거나 압류가 겹쳐 누구에게 줘야 할지 모를 때 쓰는 방식이에요.
공탁 장소는 채무이행지의 공탁소입니다(민법 제488조 제1항). 그리고 공탁자는 지체 없이 채권자에게 공탁통지를 해야 해요(같은 조 제3항).
그럼 통지서를 받은 다음에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 그냥 두면 채무자가 도로 찾아갑니다
먼저 알아야 할 건 공탁금이 안전하게 보관되는 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법 제489조 제1항이 회수 통로를 열어 두었어요.
조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채권자가 공탁을 승인하거나, 공탁소에 공탁물을 받겠다고 통고하거나, 공탁유효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변제자가 공탁물을 회수할 수 있다.
그리고 회수하면 처음부터 공탁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채무가 되살아나는 건 맞지만, 그 사이 시간은 그냥 흘러간 셈이 되죠.
- 승인: 공탁을 유효한 변제로 인정한다는 의사표시
- 수령통고: 공탁소에 공탁물을 받겠다고 알리는 것
- 공탁유효 판결 확정: 소송으로 공탁의 효력이 확정된 상태
셋 중 하나라도 하면 회수 통로가 닫힙니다. 통지서를 받고 “10년 안에만 찾으면 되지”라고 미루면 안 되는 이유예요.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공탁으로 질권이나 저당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회수하지 못합니다(민법 제489조 제2항). 담보가 이미 풀려 버렸기 때문이에요.
✂️ 금액이 모자란 공탁, 그냥 받으면 나머지를 못 받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일부공탁은 원칙적으로 변제의 효력이 없습니다.
채무 전액이 아닌 일부만 공탁한 경우, 그 자체로는 변제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태도예요. 그런데 채권자가 이의를 유보하지 않고 받아 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채무자가 “이게 채무 전액”이라고 공탁원인에 적어 두었는데 채권자가 아무 말 없이 공탁금을 수령하면, 그 공탁 취지대로 받은 것으로 본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습니다. 즉 나머지를 포기한 셈이 돼요.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물품대금 3,000만원 중 거래처가 2,000만원만 “채무 전액”이라며 공탁했다고 해 볼게요.
- 이의유보 없이 수령: 2,000만원으로 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정리돼 잔액 1,000만원 청구가 막힙니다
- 이의를 유보하고 수령: 2,000만원은 일부 변제로 처리되고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계속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 차이로 1,000만원이 갈리는 셈이에요. 그럼 이의유보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 이의유보는 이렇게 남깁니다
공탁금을 받을 때 “채권의 일부로만 받는다”는 뜻을 밝히면 됩니다. 특별한 서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도 한 곳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판례는 공탁관에게 하는 것도, 공탁한 채무자에게 하는 것도 모두 유효하다고 봅니다.
방식도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어요. 정황상 일부로만 받는다는 뜻이 드러나면 묵시적 이의유보로도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다투게 될 것을 전제로 증거가 남는 방식을 택하는 게 안전합니다.
- 공탁물 출급·회수청구서의 비고란에 “채권 일부에 대한 변제로 수령함” 이라고 기재
- 같은 취지를 내용증명으로 채무자에게 별도 발송
- 출급 전후로 잔액 청구 의사를 담은 문서를 남겨 둘 것
묵시적 유보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남기면 안 됩니다. 인정 여부는 결국 사실관계 다툼이 되니까요.
🏦 공탁금 출급 청구는 어떻게 하나요?
공탁된 법원의 공탁소에 공탁물 출급·회수청구서 2통을 냅니다(공탁규칙 제32조 제1항). 공탁법 제9조 제1항은 출급하려는 사람이 그 권리를 증명해야 한다고 정해 두었어요.

금전공탁은 전자공탁시스템으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공탁규칙 제69조). 다만 단서에 문턱이 있어요. 5천만원을 넘는 공탁금은 전자문서로 출급·회수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반대급부가 붙어 있는 공탁이면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공탁법 제10조에 따라 공탁자의 서면이나 판결문, 공정증서 등으로 반대급부를 이행했음을 증명해야 해요.
준비물은 사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이렇게 모입니다.
- 공탁통지서(받았다면 원본)
- 출급청구권을 증명하는 서면(계약서·판결문·양도통지 등)
- 인감증명서·법인 인감증명서 등 본인·대표자 확인 서류
- 대리로 갈 경우 위임장
서류가 빠지면 공탁관이 보정을 요구해 시간이 밀립니다. 첫 방문 전에 해당 공탁소에 필요한 서류를 한 번 물어보고 가는 편이 빠릅니다.
💵 공탁금 이자는 거의 안 붙습니다
돈이 공탁소에 있는 동안에도 이자는 붙습니다. 다만 연 1만분의 35, 즉 0.35퍼센트예요(공탁금의 이자에 관한 규칙).
체감이 어떤지 계산해 볼게요. 2,000만원이 1년 동안 공탁돼 있었다면 이자는 7만원입니다.
같은 돈을 제때 받아 두었다면 어땠을까요. 상행위로 생긴 채권의 법정이율은 연 6퍼센트라(상법 제54조), 1년치 지연이자만 120만원입니다. 113만원 차이예요.
이자는 원금과 함께 지급되는 게 원칙이고, 원금과 이자의 수령자가 다를 때는 나눠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자만 따로 받으려면 공탁금이자청구서 2통을 공탁관에게 냅니다.
여기까지 오는 절차 자체가 부담이라면, 애초에 대금이 밀리지 않게 만드는 쪽이 훨씬 쌉니다. 청구서 발송부터 입금 확인까지 사람 손을 떼고 자동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어요.
⏰ 10년이 지나면 국고로 넘어갑니다
공탁금이라고 영원히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공탁법 제9조 제3항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못 박아 두었어요.
이 조항은 2024년 10월 16일 개정을 거친 현행 규정입니다. 원금뿐 아니라 이자의 수령·회수 권리도 같은 시효를 탑니다.
법원행정처장이 시효 완성 전에 권리자에게 안내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다만 안내가 의무는 아니므로 통지가 안 왔다고 시효가 멈추지는 않아요.
🔀 공탁이라고 다 같은 공탁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공탁은 네 가지로 갈립니다. 어떤 공탁이냐에 따라 돈을 찾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집행공탁은 채권압류를 당한 제3채무자가 하는 공탁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1항은 제3채무자가 압류된 채권 전액을 공탁할 수 있다고 하고, 제2항은 추심청구를 받으면 압류된 부분을 공탁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경우 돈은 배당 절차로 넘어갑니다. 압류가 겹쳐 있으면 채권액 비율로 나눠 받게 돼요. 압류·추심 절차 자체는 예금 압류와 추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해방공탁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민사집행법 제282조는 가압류명령에 채무자가 공탁할 해방금액을 적도록 하고 있어요. 이 돈은 가압류 집행을 푸는 용도라 채권자가 바로 출급할 수 없습니다.
본안에서 이긴 뒤 공탁금 회수청구권을 압류·전부받는 절차를 따로 밟아야 손에 들어옵니다. 담보공탁 회수까지 포함한 대응은 가압류 이의신청 대응과 담보 공탁금 회수에서 다뤘어요.
🙋 자주 묻는 질문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공탁하면 저는 받아야만 하나요?
받을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공탁이 유효하면 그 시점부터 지연이자가 멈추므로, 받지 않고 버티는 것이 유리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금액이 부족하면 이의를 유보하고 받은 뒤 잔액을 청구하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이의유보하고 받으면 소송을 새로 해야 하나요?
잔액에 대해서는 청구 절차가 필요합니다.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넘어가는데, 이미 일부를 받았으므로 청구 금액은 잔액과 지연이자로 정리됩니다.
공탁통지서를 못 받았는데 공탁이 유효한가요?
통지는 공탁자의 의무이지만(민법 제488조 제3항) 통지 누락 자체로 공탁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지를 못 받아 대응이 늦어졌다면 그 사정을 다툴 여지가 있으니 변호사와 확인하세요.
공탁금을 일부만 출급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공탁금은 공탁된 단위로 지급됩니다. 부분 출급이 가능한지는 공탁 유형과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해당 공탁소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채권자가 여러 명인 채권자불확지 공탁이면요?
누가 진짜 채권자인지 확정돼야 출급됩니다. 확정판결이나 당사자 사이 합의로 권리를 증명해야 하고, 다툼이 있으면 공탁물 출급청구권 확인의 소로 정리하게 됩니다.
세금계산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공탁금을 실제로 출급받은 시점에 대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아 장부에 반영합니다. 공급 시기와 세금계산서 발급 시기는 공탁과 별개로 이미 지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세무대리인과 확인하세요.
공탁금 출급을 대리인에게 맡길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됩니다. 전자공탁으로 진행할 때도 대리인 자격 확인 절차가 있습니다.
회수당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당장 뭘 하면 되나요?
공탁소에 공탁물을 받겠다는 수령통고를 하거나 출급 청구를 진행하면 됩니다. 금액이 모자란 공탁이라면 이의유보 취지를 함께 남기고 진행하세요.
💡 공탁 통지서까지 왔다면, 이미 다툼이 한참 진행된 뒤입니다
법원에 맡긴 돈은 1년을 묵혀도 이자가 0.35퍼센트뿐입니다. 애초에 청구서가 제때 나가고 연체가 그날 잡혔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일이에요. 청구·입금 확인·연체 리마인드를 한 흐름으로 자동화한 회사들은 1개월 이상 연체가 84.3%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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