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서에 채무가 있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 적혀 있으면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승인입니다. 승인이 있으면 그때까지 지난 시효 기간이 사라지고 그 시점부터 새로 시작합니다(제178조 제1항).
다만 시효가 이미 완성된 뒤에 온 답변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법원이 2025년 7월 24일 전원합의체로 58년간 유지되던 「시효완성 후 승인은 시효이익 포기로 추정된다」는 법리를 폐기했습니다(2023다240299).

답변서가 오면 무엇부터 보나요 📄
금액을 인정하는 문장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사과인지 항의인지, 문장이 정중한지는 판단과 무관합니다. 법이 보는 것은 채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표시 하나입니다.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64793 판결은 채무승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시효이익을 받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세 가지가 갈립니다.
- 누가 표시했나 — 채무자 본인 또는 대리인이어야 합니다. 거래처 직원이 개인적으로 보낸 문자라면 권한을 따로 봐야 합니다.
- 누구에게 표시했나 — 채권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여야 합니다. 제3자에게 한 말은 다릅니다.
- 무엇을 표시했나 — 갚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채무가 있다는 인식이면 충분합니다.
📌 답변서에 「죄송하다」만 있고 금액이나 거래가 특정되지 않으면 승인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그 3월분 800만원은 맞는데」 한 줄이면 그 800만원에 대한 승인입니다.
그럼 어떤 문장이 승인이고 어떤 문장이 아닐까요.
어떤 문장이 승인인가요 ✍️
실무에서 자주 오는 답변서 문장을 갈라 보면 이렇습니다. 아래 예시 문장은 설명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 답변서 문장 | 승인 여부 | 이유 |
|---|---|---|
| ”말씀하신 3월분 800만원은 맞습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 미뤄졌습니다” | 승인 | 금액과 채무의 존재를 특정해 인식 표시 |
| ”다음 달 10일까지 절반 보내드리겠습니다” | 승인 | 변제 약속에는 채무 인식이 전제됨 |
| ”분할 상환으로 조정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승인 | 조정 요청은 채무 존재를 전제 |
| ”금액이 800만원이 아니라 650만원입니다” | 650만원 부분 승인 | 다투는 부분과 인정하는 부분이 갈림 |
| ”우리 쪽 가공비 200만원과 상계하겠습니다” | 승인 | 상계 주장은 상대 채권의 존재를 전제 |
| ”그런 거래를 한 사실이 없습니다” | 승인 아님 | 채무 존재 자체를 부인 |
| ”이미 전액 지급했습니다” | 승인 아님 | 채무가 소멸했다는 주장 |
| ”소멸시효가 지났습니다” | 승인 아님 | 아래 별도 절에서 다룸 |

승인이면 시효는 언제부터 다시 시작하나요 ⏳
승인이 있은 때부터 새로 시작합니다. 민법 제178조 제1항이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정합니다.
물품이나 상품 대금이면 다시 3년입니다. 민법 제163조 제6호가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를 3년 단기소멸시효로 정하고 있고, 제3호가 공사에 관한 채권을 같은 3년으로 둡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 상태 | 시효는 어떻게 되나 | 근거 |
|---|---|---|
| 내용증명만 보낸 상태 | 6개월짜리 임시 효력. 그 안에 소송·지급명령·가압류를 해야 중단이 확정 | 민법 제174조 |
| 답변서가 와서 승인이 성립 | 그 시점부터 새로 3년. 6개월 시계가 사라짐 | 민법 제168조 제3호·제178조 제1항 |
| 답변서가 부인 | 6개월 시계 그대로. 남은 기간 안에 다음 조치 | 민법 제174조 |
🔴 그래서 답변서는 채권자에게 불리한 소식만은 아닙니다. 금액을 인정하는 답변서 한 장이 6개월 시계를 3년으로 바꿔 놓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뒤 아무 반응이 없는 것보다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 다만 승인의 대상 범위는 따로 봅니다. 대법원 2013다64793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채무까지 일률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건이 쌓여 있다면 답변서가 어느 건을 가리키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내용증명 자체의 효력과 6개월 계산은 내용증명 작성법에 단계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효가 이미 지난 뒤에 온 답변서는 어떻게 되나요 🔴
예전 법리가 폐기됐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7월 24일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판시사항은 한 줄입니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소극)」.
다수의견이 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 시효완성 여부는 기간·기산점·중단·정지 사유에 따라 정해지는데, 그 판단이 불명확하고 복잡해서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 시효이익 포기는 효과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하는데, 채무승인에는 그 요소가 요구되지 않는다. 승인이 있었다고 곧바로 포기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추정 법리는 대부업체나 추심업체가 시효완성 후 일부 변제 등을 압박·유도해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
상사채권과 물품대금의 시효 기간, 기산점을 언제로 잡는지는 상사채권 소멸시효 3년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부만 갚겠다는 답변도 승인인가요 🧮
원칙적으로 채무 전부에 대한 승인입니다. 대법원 2021다271732 판결은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변제한 경우 채무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무 일부를 상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 2023년 4월 20일 물품 공급, 대금 1,200만원. 물품대금이라 시효는 3년, 2026년 4월 20일 완성 예정.
- 2026년 2월 10일 내용증명 발송, 2월 12일 도달. 이 상태로는 2026년 8월 12일까지가 6개월 시계.
- 2026년 2월 25일 답변서 도착. 「300만원은 이번 주 보내고 나머지는 상반기 안에 정리하겠다」.
- 2026년 2월 27일 300만원 입금.
이 경우 답변서와 일부 변제가 각각 승인이므로 2026년 2월 27일부터 시효가 새로 3년 진행합니다. 남은 900만원의 시효 완성 예정일은 2026년 4월 20일이 아니라 2029년 2월 27일이 됩니다.

📌 다만 앞에서 본 대로 별개로 독립한 채무까지 자동으로 승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건이 섞여 있다면 입금 건이 어느 청구 건에 대응하는지를 남겨 두셔야 합니다. 거래처별로 청구와 입금이 건 단위로 맞춰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면 청구스가 청구부터 입금 확인까지 어떻게 잇는지 보셔도 좋습니다.
상계·동시이행·하자 주장이 오면 어떻게 하나요 ⚖️
세 가지는 성격이 다릅니다. 다투는 주장이지만 대개 채무의 존재는 전제하고 있어서, 승인 판정과 대응 방향이 함께 갈립니다.
| 주장 | 근거 조문 | 먼저 확인할 것 |
|---|---|---|
| ”우리 채권과 상계하겠다” | 민법 제492조·제493조 | 상대 채권이 실제로 있는지, 쌍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했는지 |
| ”먼저 이행하면 주겠다” | 민법 제536조 | 우리 채무가 남아 있는지, 상대 채무가 변제기에 있는지 |
| ”하자가 있어 못 준다” | 민법 제667조 | 보수 청구인지 손해배상인지, 하자가 중요하지 않고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인지 |
상계는 의사표시로 합니다. 제493조 제1항이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고 정하고,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2항에 따라 상계할 수 있었던 때로 소급해 대등액이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동시이행 항변은 우리 쪽 이행이 남았을 때만 나옵니다. 제536조 제1항 단서는 상대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지 않으면 항변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하자 주장은 제667조 제3항이 제536조를 준용하므로 동시이행 관계가 됩니다.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과 대금이 맞물리는 구조라, 하자 범위를 다투는 순간 잔금 전액이 묶일 수 있습니다.
⚠️ 세 주장 모두 금액을 특정해 인정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은 승인입니다. 「200만원은 상계하고 나머지 800만원은 이번 달에」라는 답변서는 800만원에 대한 승인으로 읽힙니다.
답변서를 받은 뒤 다음 카드는 무엇인가요 🚦
승인 여부에 따라 시간 여유가 다르므로 다음 카드도 달라집니다.
| 답변서 성격 | 남은 시간 | 다음 조치 |
|---|---|---|
| 전부 인정 + 지급 약속 | 승인일부터 새 시효 | 지급각서·분할 상환 합의서로 문서화 후 이행 관찰 |
| 전부 인정 + 무기한 연기 | 승인일부터 새 시효 | 기한을 특정해 재촉구, 미이행 시 지급명령 |
| 일부 인정·일부 다툼 | 인정 부분은 새 시효 | 인정 부분은 지급명령, 다툼 부분은 증빙 정리 후 소송 |
| 전부 부인 | 도달일부터 6개월 | 다툼이 있으므로 지급명령보다 소송이 안전 |
| 시효 완성 주장 | 기간 재계산 |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부터 확인, 없으면 회수 실익 판단 |
전부 부인이 온 경우가 가장 급합니다. 승인이 없으니 민법 제174조의 6개월 시계가 그대로 돌아갑니다. 상대가 다툰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지급명령은 이의로 소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절차와 비용은 지급명령 신청 방법에서 비교하실 수 있습니다.
✅ 재산 은닉 조짐이 함께 보이면 순서를 바꿉니다. 답변서에 폐업·매각 이야기가 나오면 본안보다 가압류가 먼저입니다.
답변서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
봉투까지 함께 남깁니다. 나중에 다투게 되는 것은 대개 본문이 아니라 누가 언제 보냈는가입니다.
- 봉투 원본 — 소인 날짜, 발신인 주소, 등기번호가 찍혀 있습니다.
- 도달일 — 우리가 보낸 내용증명의 배달증명과 상대 답변서의 수령일을 함께 정리합니다.
- 발신 권한 — 법인이면 답변서의 명의가 법인인지 개인인지, 직인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같은 시기의 다른 서류 —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상계 통지가 묵시적 승인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입금 내역 — 일부 변제가 어느 건에 대한 것인지, 입금자명과 금액을 청구 건별로 맞춰 둡니다.

📌 승인 시점을 다투게 되면 날짜가 며칠 차이로 결론을 바꿉니다. 답변서를 받은 날을 메일함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
Q. 상대가 전화로 「곧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승인인가요? A. 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민법은 승인의 방식을 정해 두지 않았고 대법원 2021다271732도 묵시적 승인을 인정합니다. 다만 나중에 입증하려면 통화 녹취나 문자 회신 같은 기록이 필요합니다.
Q. 답변서에 「시효가 지났다」고만 적혀 있으면 포기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중단 사유가 있었는지부터 다시 봅니다. 그 사이 일부 변제, 지급각서, 상계 통지가 있었다면 시효가 이미 새로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Q. 승인을 받아 두면 시효가 무한정 늘어나나요? A. 승인이 있을 때마다 그 시점부터 새로 진행합니다. 다만 승인은 상대가 하는 것이라 우리가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기한을 통제하려면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확정판결을 받는 편이 확실합니다.
Q. 답변서가 대리인 명의로 왔습니다. A. 대리인의 권한 범위를 봅니다. 대법원 2013다64793은 승인의 상대방을 채권자 또는 그 대리인으로 한정하면서, 시효완성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도 당사자 또는 대리인에 한정된다고 했습니다.
Q. 답변서에 답을 꼭 보내야 하나요? A.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상대가 인정한 금액과 다투는 금액을 정리해 회신해 두면, 이후 소송에서 쟁점이 좁혀집니다. 인정 부분에 대해서는 이행 기한을 특정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지급각서를 받으면 답변서보다 나은가요? A. 낫습니다. 금액·기한·서명이 한 장에 들어가 승인 범위를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공증까지 받아 두면 집행권원이 되어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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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제3호 승인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74조(최고와 시효중단), 6개월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77조(승인과 시효중단), 제178조(중단후에 시효진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제6호 생산자·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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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492조·제493조(상계),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