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을 받고 거래처 사장 명의 건물에 강제경매를 걸었더니, 그제야 연락이 와요. 「매달 500만원씩 갚을 테니 경매만 취하해 주세요」라고요. 반가운 말이지만 바로 취하서를 내면 안 됩니다.
결론부터 말할게요. 경매를 취하하는 순간 압류가 사라지고, 그 압류로 멈춰 있던 소멸시효도 멈춘 적 없던 것이 돼요. 판결 받은 지 오래된 채권이라면 남은 시효가 몇 달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해요. 취하 대신 경매를 살려 둔 채 멈추는 방법이 있고, 꼭 취하해야 한다면 합의서에 넣어야 할 문장이 있어요. 하나씩 볼게요.

경매취하는 누가 하고, 하면 무엇이 사라지나요? 🔓
경매취하는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가 취하서를 내는 거예요. 취하되면 그 경매로 생긴 압류의 효력이 소멸합니다(민사집행법 제93조 제1항). 거래처(채무자)가 스스로 경매를 취하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거래처가 채권자에게 「취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압류가 사라진다는 건 자물쇠를 푼다는 뜻이에요. 그날부터 거래처는 그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잡힐 수 있습니다.
다시 묶으려면 경매나 가압류를 처음부터 다시 신청해야 해요. 그사이 다른 사람이 먼저 근저당을 설정하면 순위에서 밀립니다.
언제까지 취하할 수 있는지도 단계마다 달라요.
| 경매 단계 | 취하 가능 여부 |
|---|---|
| 매각기일 전(매수신고 없음) | 채권자 혼자 취하서 제출로 가능 |
| 매수신고가 들어온 뒤 | 최고가매수신고인과 차순위매수신고인의 동의가 있어야 효력 발생(제93조 제2항) |
| 매수인이 대금을 다 낸 뒤 | 소유권이 이미 넘어가 취하로 되돌릴 수 없음(제135조) |
그럼 취하했을 때 가장 크게 잃는 건 무엇일까요? 대부분 놓치는 시효 이야기를 먼저 할게요.
경매를 취하하면 시효중단도 사라지나요? ⏰
네. 경매신청이 취하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류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도 소멸해요. 대법원은 민법 제175조와 민사집행법 제93조 제1항을 근거로 이렇게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다28031 판결).
민법 제175조는 압류가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해요. 채권자가 스스로 거두는 건 「이제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본다는 뜻입니다.
같은 논리로 대법원은 채권자 신청으로 가압류 집행을 풀었을 때도 시효중단 효과가 소급해서 사라진다고 봤어요(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53273 판결, 물품대금 사건).
숫자로 보면 더 무섭습니다. 아래는 가상 예시예요.

- 물품대금 판결 확정: 2017년 3월 10일.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시효가 10년이에요(민법 제165조 제1항).
- 2025년 6월 강제경매 개시결정으로 압류 → 시효가 멈춥니다(민법 제168조 제2호).
- 2026년 10월 취하 → 멈춘 효과가 없던 일이 돼 만료일이 다시 2027년 3월 무렵으로 돌아가요.
남은 시간은 약 5개월이에요. 거래처가 분할금을 몇 번 내다 멈추면, 다시 경매를 걸기도 전에 시효가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럼 경매를 살려 둔 채 거래처에게 시간을 줄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취하 말고 경매를 잠시 멈추는 방법은 없나요? ⏸️
있어요. 채권자가 「의무이행을 미루도록 승낙한다」는 증서를 써 주고 그 증서를 법원에 내면 경매가 정지돼요(민사집행법 제49조 제4호). 이때 이미 한 집행처분은 일시적으로 유지되므로 압류가 그대로 남습니다(같은 법 제50조 제1항).
흔히 「변제유예 승낙서」라고 불러요. 취하가 자물쇠를 푸는 거라면, 이건 자물쇠를 채운 채 열쇠만 잠깐 맡겨 두는 거예요.
다만 기간 제한이 있어요. 유예 승낙서로 정지하는 건 2회까지, 합쳐서 6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제51조 제2항). 일부 변제를 받았다는 증서로 정지하는 경우는 2개월이에요(제51조 제1항).

| 비교 | 경매취하 | 변제유예 승낙서로 정지 |
|---|---|---|
| 압류 | 소멸(제93조 제1항) | 일시 유지(제50조 제1항) |
| 시효중단 | 소멸(2010다28031) | 압류를 거두지 않음 |
| 거래처가 다시 연체하면 | 경매를 처음부터 다시 신청 | 정지 기간이 끝나면 절차 재개 |
| 다시 드는 비용 | 인지·등록면허세·예납금 다시 | 새 신청 비용 없음 |
| 기간 | 제한 없음 | 2회·통산 6개월(제51조 제2항) |
| 매수신고가 있은 뒤 | 매수신고인 동의 필요 | 같음(제93조 제3항) |
그래서 분할 상환 기간이 6개월 안에 끝나는 약속이라면 취하보다 정지가 채권자에게 유리해요. 기간이 더 길다면 그때 취하를 검토하고, 아래 합의서 조항으로 빈자리를 메웁니다.
💡 정지 기간에도 매각기일이 잡혀 있던 사건은 법원 진행이 사건마다 다를 수 있어요. 증서를 내기 전에 경매계에 진행 상황을 꼭 확인하세요.
매수신고가 이미 들어왔다면 어떻게 되나요? 🧾
매각기일에 누군가 입찰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졌다면, 그 사람과 차순위매수신고인이 동의해야 취하 효력이 생겨요(민사집행법 제93조 제2항). 변제유예 승낙서로 정지하는 경우에도 같은 동의가 필요합니다(같은 조 제3항).
입찰자는 보증금을 걸고 들어온 사람이라 쉽게 동의하지 않아요. 실무에서는 거래처가 입찰자와 따로 협의해 동의서를 받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라면 채권자가 서두를 이유가 더 없어요. 매각이 끝나면 배당으로 받을 수 있으니, 동의서가 실제로 법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합의 이행을 지켜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배당 순서는 부동산 강제경매와 배당요구 글에 정리해 두었어요.
다른 채권자도 경매나 배당요구를 했다면요? 👥
다른 채권자가 같은 부동산에 따로 경매를 신청해 두었다면, 내가 취하해도 경매는 끝나지 않아요. 먼저 개시된 경매가 취하되면 법원은 뒤의 경매개시결정에 따라 절차를 계속 진행합니다(민사집행법 제87조 제2항).
이 경우 취하는 나만 빠지는 결과가 돼요. 거래처가 다른 채권자에게는 안 갚고 나에게만 취하를 부탁한다면, 경매는 계속되고 나는 배당 줄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당요구만 한 다른 채권자는 독자적인 경매 절차가 없어요. 내가 취하하면 절차가 끝나 그 채권자도 배당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거래처가 「다른 채권자들과도 다 합의했다」고 하면 말로 믿지 말고, 경매 사건의 이해관계인과 이중경매 신청 여부를 법원 사건 기록으로 확인하세요.
취하했다가 다시 경매를 걸면 비용은 얼마인가요? 💰
다시 신청하면 처음 낸 비용을 거의 그대로 또 내요. 부동산 강제경매 신청서에는 인지 5,000원을 붙이고(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9조 제3항 제1호),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에 등록면허세가 붙습니다.
경매신청 등기의 등록면허세는 채권금액의 1천분의 2예요(지방세법 제28조 제1항 제1호 라목). 여기에 등록면허세의 100분의 20인 지방교육세가 더해집니다(같은 법 제151조 제1항 제2호).
채권 5,000만원으로 다시 신청하는 가상 예시예요.
| 항목 | 금액 |
|---|---|
| 인지 | 5,000원 |
| 등록면허세(5,000만원 × 2/1000) | 100,000원 |
| 지방교육세(등록면허세 × 20%) | 20,000원 |
| 합계 | 125,000원 |
| 감정·현황조사·매각수수료 등 예납금 | 법원 예납 안내에 따라 별도 |
예납금은 부동산 감정가와 법원에 따라 달라 금액을 단정하지 않을게요. 실제로는 이 부분이 가장 큽니다.
이미 쓴 비용도 문제예요. 대법원은 취하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매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집행비용」(민사집행법 제53조 제1항)에 바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다만 당사자가 비용 부담과 액수를 정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 9. 1. 자 2022마5860 결정).
법원이 사정을 따져 정하는 구조라, 다툼을 줄이려면 합의서에 「경매비용은 거래처가 부담한다」고 금액까지 적어 두는 게 가장 확실해요.
경매취하 합의서에는 무엇을 넣어야 하나요? ✍️
합의서의 목표는 취하로 잃는 압류·시효·비용을 문장으로 다시 채워 넣는 거예요. 아래 다섯 줄은 꼭 확인하세요.

1단계 — 채무 승인 문구. 「원금 ○원과 지연손해금이 남아 있음을 인정한다」고 금액을 특정해 서명받으세요. 승인은 시효중단 사유이고, 중단된 시효는 그때부터 새로 진행해요(민법 제168조 제3호, 제178조 제1항).
2단계 — 취하 시점. 합의서 서명일이 아니라 첫 회차 입금이 확인된 날 취하서를 낸다고 적어요. 가능하면 6개월 안에 끝나는 구간은 정지로 먼저 버팁니다.
3단계 — 기한이익 상실. 「1회라도 연체하면 남은 금액 전부를 즉시 갚는다」는 조항이에요. 효력과 통지 방법은 지불각서 분할금 연체 글을 참고하세요.
4단계 — 비용 부담. 인지·등록면허세·예납금 등 지금까지 쓴 경매비용과 재신청 비용을 거래처가 부담한다고 금액까지 적어요.
5단계 — 재신청 동의와 담보. 연체 시 다시 경매를 신청해도 이의하지 않는다는 문구, 가능하면 같은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까지 받아 두면 순위를 지킬 수 있어요.
분할 합의는 회차가 많아질수록 「몇 회차가 언제 밀렸는지」 기록이 흩어지기 쉬워요. 회차마다 청구서를 따로 만들어 두면 청구스가 기한 다음 날 연체 안내를 보내고, 입금 여부를 날짜로 남겨 다시 경매를 신청할 때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것은? ⚠️
- 약속만 듣고 취하서부터 내기 — 첫 입금 전에 압류가 풀려요
- 판결 날짜 안 보기 — 판결 확정일이 오래됐으면 취하 뒤 남은 시효가 몇 달뿐일 수 있어요
- 정지라는 선택지를 모르기 — 6개월 안에 끝나는 분할이라면 승낙서로 멈추는 편이 안전해요
- 다른 채권자 확인 안 하기 — 이중경매가 있으면 나만 빠지는 취하가 됩니다
- 비용을 합의서에 안 적기 — 취하로 끝난 경매비용은 자동으로 거래처 부담이 되지 않아요
- 승인 문구 없이 「잘 갚겠다」만 받기 — 금액을 특정해야 시효를 새로 시작하는 근거가 됩니다
정리하면
| 거래처의 말 | 채권자가 먼저 할 일 |
|---|---|
| 「6개월 안에 다 갚겠다」 | 취하 대신 변제유예 승낙서로 정지(2회·통산 6개월) |
| 「1년 넘게 나눠 갚겠다」 | 첫 입금 확인 뒤 취하 + 승인·기한이익 상실·비용 조항 |
| 「입찰자 동의는 받아 오겠다」 | 동의서가 법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행 확인 |
| 「다른 채권자와도 합의했다」 | 사건 기록으로 이중경매·배당요구 확인 |
| 「경매비용은 나중에」 | 합의서에 금액까지 명시 |
경매는 거래처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협상에 나오게 만드는 카드예요. 그 카드를 내려놓을 때는 취하가 무엇을 지우는지 알고 내려놓으세요. 판결이 오래됐거나 다른 채권자가 얽혀 있다면 변호사와 순서를 정하는 게 안전합니다.
청구스는 청구서 발행·입금 확인·연체 알림·회수를 한 흐름으로 자동화하는 B2B 매출채권·미수금 관리 SaaS입니다. 경매나 취하 절차를 대신하지는 않지만, 분할 합의 뒤 회차별 입금과 연체 기록을 남기는 데까지 돕습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93조(경매신청의 취하: 압류 효력 소멸, 매수신고 뒤 동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49조(집행의 필수적 정지·제한)·제50조(집행처분의 취소·일시유지)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51조(변제증서 등 제출에 의한 집행정지의 제한: 2월, 2회·통산 6월)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87조(압류의 경합: 먼저 경매 취하 시 뒤 개시결정으로 진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집행법 제135조(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다 낸 때 권리 취득)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75조(압류·가압류·가처분이 권리자 청구로 취소된 때 시효중단 효력 없음)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다28031 판결 — 경매신청이 취하되면 압류로 인한 시효중단 효력 소멸
-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53273 판결 — 채권자 신청으로 가압류 집행이 취소되면 시효중단 효과는 소급 소멸
-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2840 판결 — 경매신청은 최고로서의 효력이 있음(연대채무자 사안)
- 대법원 2023. 9. 1. 자 2022마5860 결정 — 취하로 끝난 강제집행의 비용은 부담·액수 확정 재판을 신청할 수 있음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9조 제3항 제1호(부동산 강제경매 신청 인지 5천원)
- 국가법령정보센터 — 지방세법 제28조 제1항 제1호 라목(경매신청 등기 등록면허세 채권금액의 1천분의 2)·제151조(지방교육세)